서랍 정리하다가 전에 발견한 플래시 카드가 있어서 봤더니
독후감, 영화감상평 남기기가 어지간히 귀찮았던지 작은 카드에 간단하게 몇 줄만 남긴 흔적이 있었다.
그것마저도 하다가 6월까지만 하고 더이상 안씀...ㅋㅋㅋㅋ 용두사미 끝판왕
두기는 애매하고 버리기는 아까워서 내용을 여기 옮겨 적어 본다.
2018년의 나는 꽤 어렸구나... 말투도 생각도 티가 나네
아무튼
2018.02
🎞 <타임 패러독스> - 마이클 스피어리그
너무 기대를 많이 한 걸지도. 좀 다 봤는데 나만 혼자 벙찌고 이해 못해서 결말 해석 찾아봄... 근데 소름 돋긴 했어
"어머니도 못 알아보시겠군"의 의미가!!! 그렇게 크게 다가올 줄이야 오랜만에 심장 쿵덕쿵덕하게 만드는 영화였어 반전 스릴러 오랜만이다 ^^*
- 무슨 말하는지 1도 모르겠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영화는 다시 봐도 결말 모르고 헉! 이럴 듯.
📚<채식주의자> - 한강
추워서 소름이 돋는 건지, 잔인해서 소름이 돋는 건지....ㅠㅠㅠ <내 여자의 열매> 같은 느낌이면서도 더 깊은 느낌이었다. 예전 같았음 그냥 스토리만 읽었을 텐데, 내가 관심있고 나도 해당될지도 모르는 문제라서 그런지 세대를 넘어 내려오는 트라우마의 발현이 가장 인상깊었다. 그걸 주제로 이렇게 치밀하게 글을 써내시다니...ㅠㅠㅠㅠㅠㅠ 소름끼치도록 좋았다. 영혜의 꿈을 통해 무의식 세계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작가님도 <나의 꿈 사용법>을 읽으신 걸까?ㅋㅋ 신선했고 내내 긴장하면서 읽게 되었다. 짜릿해
- 채식주의자는 분명 읽었는데도 기억이 안남... 이렇게 코멘트를 남겨도 기억이 안남... 어떻게 독서를 해야 잘 남을까.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만 남고, 생각이 안나서 답답하네. 다시 읽어봐야겠다.
📚<파라다이스> - 베르나르 베르베르
다 읽고 나니 놀라운 상상력에 내 머리가 띵-
그럴 것 같더라니 책 속의 내용들, 이야기들의 느낌들이 꿈 속에서 계속 빙빙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롤러코스터 타고 내린 것처럼 뭔가 머리가 어수선...ㅋㅋ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그걸 그냥 넘겨버린 사람과 그때부터 자리에 앉아 그 생각을 구체화하는 사람의 차이가 참 크다. 이 책을 읽는 나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씨의 차이? 시간을 투자하고 생각을 구체화, 조직화, 독창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처럼 기록도!
🎞 <블랙 팬서> - 라이언 쿠글러
왘카안돠! 졸잼 ❤️ 이 캐릭터를 굳이 영화화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꿀잼이니까 인정함...! 블랙 팬서 초반부 즉위식 때 하ㅏ 너무 멋있어서 죽을 뻔ㅋㅋㅋㅋ 블랙 팬서보다 난 킬몽거 서사가 더 애잔 아련 불쌍 매력적이었다. 이런 빌런 언제든 환영이유❤️ 짱 좋다 앞으로 어벤져스:인피니티워에도 나오고 할 건데 너무 기대됨
- 아니 영화관 갔다오자마자 쓴 건지 하트도 막 붙이고 흥분한 게 여기까지 느껴지네 ㅋㅋㅋㅋㅋㅋ 짱웃겨
🎞 <엘리제궁의 요리사> - 크리스티앙 빈센트
그냥 요리 영상이 보고싶어서. 요리 영화를 보면 뭔가 내가 부지런해진다ㅋㅋ 이상하지만 그렇다. 그 재빠른 손길과 노력의 땀방울들, 들인 시간들을 가만히 보고, 결과물을, 한 그릇의 요리를 보고 있으면 나도 뭔가 가치를 생산하고 싶어져서 그럴까???
엘리제 궁 내부를 보는 것도, 정성 가득한 프랑스 요리들을 보는 것도, 여주인공의 고급진 정장 패션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그냥 보면서 살짝살짝씩 기분 좋게 나도 모르게 웃게 되는, 그런 영화.
- 이 맘 때쯤 요리도 엄청 많이 했던 것 같다. 베이킹도 엄청엄청 하고.
🎞 <우리, 사랑일까요? A Lot Like Love> - 나이젤 콜
애쉬튼 커쳐 왜 유부남?? ㅠㅠ 아만다 피트 이 사람 너무 예쁘고 목소리마저 예쁘..
영화보다가 덕질할 판...
사랑인지도 모르고 계속 엇갈리고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상투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재밌고 귀엽게 잘 그려냈다.
너무 사랑스러워유
- 이 때는 대학교 들어가면 곧 저런 남자 만날 수 있을 줄 알았겠지...
🎞 <오베라는 남자> - 한네스 홀름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힘들어"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영화는 처음인지, 오랜만인지 모르겠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는 걸 또 느끼게 된다. 힘들 때 나는 나를 자책하고 물어뜯으며 굴 속으로 더 깊이 숨어 들어간다. 그러면 내 내면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내 생각의 덫에 빠지거나 우울감에 사로잡히는 순간부터는 헤어나올 수가 없다. @@이랑 전화하면서 깨닫게 된 것들. 내가 도울 수 있듯이 나도 도움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사람은 다 그렇게 사는 거라고. 꼭 기억하자.
- 수능 망치고 어지간히 마음이 힘들었었나보다. 내가 이런 장르 영화도 봤었다니. 지금은 그 즈음의 기억이 별로 없어서 그때 그냥 망연자실하며 방에서만 틀어박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렇게 돌아보니 나는 나름의 치유과정을 거치고 있었구나.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배우고. 기특했네!
📚<아르고호의 모험> - 아폴리니오스 로니오스
오딧세이, 일리아스를 짧게 읽은 느낌.
정말 짧게 짧게 끊어 읽었는데도 흡입력 있었다.
신화는 정말 대단하다. 몇 천 년이 지나도 이렇게 사람들을 매료시키다니. 고전에는 역시 무언가 본질이 담겨있는 것 같다.
🎞 <셰임Shame> - 스티브 맥퀸
주인공이 나 같아, 조금 마지막에 울었던 것 같다. 외롭다.
육체의 욕망은 채워도 끝이 없다. 외로움은 몸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뒤의 허전함은 더 큰 걸 갈구하게 만들 뿐.
나를 고립시키면 안된다. 연결되고, 섞여야 한다.
다른 방법으로 내가 혼자가 아니란 걸, 외롭지 않다는 걸 배우는 데 나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저때 아마 한창 식이장애 겪고 있었을 때 같은데, 많이 힘들었었나보다.
🎞 <미드나잇 인 파리> - 우디 앨런
색감도, 연출도 다 마음에 들었지만 뭔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
라라랜드 좋아하면 좋아할 거라고 해서 봤는데 왜 평점 9.03이나 되는지 잘 모르겠다...
남자 주인공 지가 한 건 예술 + 시간을 초월한 로맨스고 여자가 하면 바람이라고 바로 헤어지자 하는 부분이 아주 꼴값이었다.
어차피 둘은 애초에 안 맞긴 하지만!
같이 비 맞으며 산책도 할 수 없는 사이인데 어떻게 잘 맞겠어?
- 맞아 다시 봐도 마리옹 꼬띠아르밖에 안남은 영화였다. 우디 앨런도 이제 나가리됐고...!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김정운
제목 그대로일 줄 알고 이유를 알고 싶었는데, 그러면 좀 더 이해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반어법에 가까운 제목 아닐까 ㅎ.ㅎ
그래도 우리 가정 내의 문제들, 중년 남자들의 고민, 문제점들을 심리학적으로 짚어내는 부분들이 좀 다르게 다가왔고, 재미있었다.
내 궁금증은 해소 못했지만...
정말로 그냥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찾아 헤매지만, 끝까지 답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8.03
🎞 <리틀 포레스트> - 모리 준이치
잔잔한 영화를 보고 싶어서 생각하다가 이 영화보다 더 잔잔한 영화는 못 찾을 것 같아서 이거 봤다ㅋㅋ
내 시간도 느리게 가는 듯... 그냥 시골에서 자급자족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요리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이치코가 스스로 뭘 원하는지 잘 모른 채로 일이 잘 안풀려서 회피하는 모습이 나 같기도 했다.
그래서 이거 다 보고는 좀 움직이고 공부도 다시 좀 하는 건가? 결국엔, 언젠가는 직면해야 할 순간들이 있다.
이젠 그 순간들을 기다릴 필요 없이 내가 그냥 박차고 일어서서 시작하면 된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있다.
🎞 <리틀 포레스트> - 임순례
김태리에 반했당. 진기주에 반했당.
류준열에 반했당.
일본 영화 뺨치게 좋아서 난 마음에 들었다. 아니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일본보다 요리 < 내면, 심경 중심이라 더 섬세했던 것 같은 느낌.
단편으로 끝나긴 했지만.
그렇게 조용, 한적하게 사는 맛도 느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근데 매일 그렇게 살지는 못할 것 같아.
도피처 같은, 영화였다. 안식처보다는 도피처라고 느끼게 되는 이유는 내가 무언갈 회피하고 싶기 때문일까?
🎞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 - 리 톨랜드 크리거
엘리스 왜 이렇게 매력 넘쳐... 그냥 트랜스포머 주인공 닮은 수염쟁이인 줄 알았는데ㅠㅠ 눈빛부터 심쿵...블레이크 라이블리 너무 예쁘고 몸매 쩔고 세상 혼자 살아... 나도 살 빼고 싶다ㅏ시간이 멈춰버리는 설정 쎄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난 충분히 슬펐다. 벤자민버튼만큼은 아니었지만
걍 킬링타임용으로 본 영화인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근데 걍 3.5점 정도 흠 3.7점? 다시 볼 생각은 x
2018.05
📚<달그락 달그락> - 월간 정여울 5월호
마음이 편안해지는. 잔잔한 호숫가에 앉아있는 기분을 선사해주는 책이었다.
수필의 힘은 뭘까. 무언가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슬며시 웃음이 나다가도 눈물이 그렁해지는 이유가 뭘까.
에두아르 뷔야르의 그림에 나도 퐁당 빠지는 기분이었다. 다음 호도 읽어볼까나-
2018.06
📚<커피 브루잉> - 도형수
커피 뭔가 공부해서 알 수록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깔끔한 정리, 내용과 뭐지 <모험도감>처럼 튜토리얼스러운 커피 설명, 기구 설명이 즐거웠다.
다 읽고 나서 결심했다. 이번 지름은 모카포트를 사는 걸로!
📚<술꾼의 품격> - 임범
뭐지 이 개소리는. 술꾼이 품격이 어딨어,했는데 영화 이야기가 같이 있다 해서 읽었다.
결과는 대 만 족
술을 별로 안 즐기는데 술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글솜씨에 놀라고
또 보고 싶어지는 영화들에 푹 빠지고. 즐거웠다.
📚<셰프의 홈파스타> - 안성수, 안성환, 박성우
요리책의 재료 사진, 빼곡한 설몀들, 정연된 재료 계량과 순서들이 즐겁다.
디자인이 어떻든 요리책은 아기자기한 느낌이 좋아. 생각보다 건질 요리는 없어서 아쉬웠지만!
- 시간 날 때 마저 더 옮겨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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